[보도자료][동물을위하여②] 생명 살리는 밥상..."채식은 어떤가요"

한국서 채식하기...시행착오의 연속
4박 5일간 경험..."생명을 생각하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삶일까.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거부한다. 그런 영혜에게 그의 가족들이 고기를 강요하는 장면은 '일반'에서 벗어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삶을 선택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약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종교나 건강,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채식을 유지하고 있다. '동물권 보호'도 채식의 주된 이유다.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기 때문에 각종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도축되는 동물들을 위해 아예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수 이효리와 배우 김효진 등 톱스타들 역시 이 때문에 채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식주의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과일 등 열매만 먹는 극단적 채식주의인 '프루테리언', 과일과 채소 등 식물성 식품을 먹는 '비건'이 있다. 여기에 유제품을 허용하는 '락토 베지테리언', 달걀 등 동물의 알을 먹는 '오보 베지테리언'. 둘 다 허용하는 것을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이라고 한다. 어류까지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조류와 어류까지 먹는 '폴로 베지테리언', 평소에는 비건이지만 상황에 따라 육류를 허용하는 '플렉시테리언'도 있다.

본지 기자는 육류와 어패류를 즐기는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이지만, 동물권 이슈가 부각될 때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알 수 없는 불편함과 죄책감이 느껴왔다. 그때마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라는 말로 반박했다. 하지만 평생 내면의 불편함을 외면할 수는 없는 법. 기자는 고기로 희생되는 동물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우유 등 유제품을 허용하는 락토 베지테리언으로 지난 7일 자정부터 11일 자정까지 4박 5일간 채식을 시도했다.

육류 제품을 다루는 서울 송파구 인근의 식당가. (사진=이별님 기자) 
육류 제품을 다루는 서울 송파구 인근의 식당가. (사진=이별님 기자)

"고기를 끊으니 먹을 게 없더라"

4박 5일간 채식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초반부터 혼란의 연속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밖을 나가봤지만, 락토 베지테리언이 한 끼 식사를 할 만한 곳은 찾기 힘들었다. 거리에는 육류와 해물 등 육식 위주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대다수였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자 무작정 가까운 편의점에 들렀다. 음식을 고를 때마다 혹시라도 육류가 포함돼 있을까 봐 제품을 눈에 불을 켜고 성분표를 확인했다. 식품의 성분표를 이토록 자세히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우리 생활 속 육류 성분이 없는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참 끝에 샐러드 등 채식 식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육식을 할 때만큼 포만감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점심 값은 평소보다 약 30%나 더 증가했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걸 체감한 순간이었다.

아무 고민 없이 메뉴를 고르는 것은 채식을 하게 된 이후부터 어렵게 됐다. 김밥 한 줄 사 먹을 때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포장된 야채김밥을 구매했는데, 안에 달걀과 햄이 들어있어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점심과 저녁 메뉴에 대해 고민해야만 했다.

평생 잡식을 해오던 터라 육류에 대한 유혹을 참기도 힘들었다. 추운 겨울이 되자 가는 길마다 코를 자극하는 따듯한 길거리 음식들, 식당 안에서 삼겹살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 입안에 저절로 침이 고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인근 비건 식당 '소이로움'에서는 채식을 활용한 비건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종로구 인근 비건 식당 '소이로움'에서는 채식을 활용한 비건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적응하니 고기 생각은 더는 NO

채식 초반에는 떡류 등의 곡물 제품과 채소·과일 생식을 먹은 게 전부였다. 하지만 락토 베지테리언식을 한 지 3~4일이 지나니 입맛이 채식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가는 길마다 코를 자극했던 식당이나 길거리 음식들을 무시하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

채식 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인근 마트에서 구매한 아보카도와 두부, 방울양배추, 발사믹 소스, 토마토 케첩 등을 베지테리언 가정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인터넷을 참고해 만든 채식 가정식은 보기에도 예뻤지만, 먹기도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문제는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대부분의 외식 업체들이 육류를 취급하기 때문이다. 지인의 동의를 얻고, 식물성 식자재만 취급하는 '비건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분위기 있으면서도 채식이 가능해 채식주의자들이 외식하기에 알맞다. 특히 비건은 보다 더 엄격한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락토 베지테리언이 마음 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 인근의 한 비건 식당에서는 육류와 어패류, 유제품 등을 완전히 배제한 채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콩고기로 만든 함박 스테이크, 서리태와 흑미 등 검정 곡물로 만든 패티를 활용한 햄버거, 야채 카레 등이다. 기존 육류 음식과는 색다른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동행한 지인은 "채식으로도 든든한 한 끼가 가능한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보카도와 두부 등을 활용한 채식 요리. (사진=이별님 기자) 
아보카도와 두부 등을 활용한 채식 요리. (사진=이별님 기자)

소·돼지·닭을 생명으로 바라본다

'왜 채식을 하는가'. 락토 베지테리언식을 끝마치기 전 채식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건강상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육류가 몸에 맞지 않은 사람들은 채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평범한 이들에게 채식이 건강에 이로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기자만 해도 채식을 하면서 미약한 두통이 왔다. 두통은 육류를 섭취하자 사라졌다.

날이 갈수록 오르는 채솟값과 과일값을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매번 식사 때마다 비건 식당을 찾아갈 여건도 마땅치 않다. 직장이나 학교 등 단체 생활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왜 풀떼기만 먹냐"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오랜 기간 채식을 하기 위해서는 '신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채식을 함으로써 살아있는 생명을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을 통해 육류 소비를 줄이면 지구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념을 가지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다만 평상시 육류 소비를 줄이거나 간헐적 채식 통해 동물권을 생각해보는 방법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채식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국비건인증원 황영희 대표는 본지에 "채식이라고 하면 풀을 생각하기 쉽지만, 한식이라고 해도 액젓과 육류가 들어있지 않은 경우는 대개 채식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가공식품의 경우 한글 성분표 외에도 (비건 채식을 하고 싶다면) 유제품 알레르기 경고 마크 등으로 성분을 확인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초보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황 대표는 "처음에 혼자서 어려워하지 말고 (채식주의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른 채식주의자들과 소통하며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 뉴포스트 이별님 기자

URL :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67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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